반응형
SMALL

위로 80

조용미 시집 / 나의 다른 이름들

나의 다른 이름들조용미 시집 [나의 다른 이름들]. 문학평론가 조재룡은 조용미의 시를 무질서한 이 세계에서, 우주와 조응하는 보편적 유추의 흔적을 묻힌 비밀처럼 찾아내고 감추어진 상징으로 구축하고자 애를 쓰는, 마치 신 앞에서 피조물이 올리는 간절한 기도와도 같은, 명상과 주시의 파장을 구현하려 하는 것과도 같다고 평하고 있다.저자조용미출판민음사출판일2016.07.29처음의 꽃이, 지고 있다 ​ ​ 저 커다란 흰 꽃은 오래도록 피어 천 년 후엔 푸른 꽃이 되고 다시 쳔 년 후엔 붉은 꽃이 된다 하니 ​ ​ 고독에 침몰당하지 않기 위해 백 년을 거듭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차츰 각자의 색을 갖게 되는 것이다 ​ ​ p.14 봄이 다 소진되었다 생각하니 죽음과도 같은 피로가 몰려왔다 삼나무 원목 발판에서 은은..

2024.11.13

나혜 시집 /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나혜의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가 38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독립 문예지를 비롯한 여러 문학 프로젝트에서 활동해온 시인 나혜의 첫 시집으로, 「스틸」 외 4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인 배시은은 나혜의 시를 두고 “아름답게 비틀린 한 치 앞의 미래”라고 말한다. 나혜가 그리는 아름다운 시의 풍경이 미래를 향해 펼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일상을 파괴할 듯이 육박해오는 현실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미래를 상상한다. 그리고 “나의 미래는 그것이어야 한다”라고 시인이 선언할 때, 이 무수한 웅성거림이 가득한 시의 공간은 대결이 벌어지는 링 위이거나 동질감을 느끼는 무리들의 파티장이 된다.저자나혜출판아침달출판일2024.05.03알아버렸다 모른다고 할 수 없다 두려운 일이다 ​..

2024.11.13

정정화 시집 / 알바니아 의자

알바니아 의자걷는사람 시인선 69번째 작품으로 정정화 시인의 『알바니아 의자』가 출간되었다. 《시와반시》 1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은 화가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그 길은 네 뒤에 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같은 제목으로 일곱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러한 시인의 글은 뚜렷하고도 돋보이는 색채감으로 독자들을 먼 곳으로 안내한다. 시집 『알바니아 의자』에는 사물화된 시선으로 보는 세계가 자주 등장한다. 표제작 「알바니아 의자」에서 “배고픈 도마뱀은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 라디오 위에 올라가 긴 안테나를 올리고 있습니다/(…)/베개 커버를 뜯어내어 몰려오는 밤안개를 덮고도 우리 심장은 따뜻합니다”와 같이 생명력을 불어넣은 문장들이 시선을 끈다. “지붕이 없으니까 장미가 없으니까/가시는 두 귀에..

2024.11.13

김이듬 시집 / 투명한 것과 없는 것

투명한 것과 없는 것김이듬의 여덟번째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문학동네시인선 204번으로 출간한다. 2001년 데뷔 이후 에로티시즘이 돋보이는 도발적인 시편들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인은 기성의 부조리에 일침을 가하는 날카롭고도 명랑한 활기와 변방으로 떠밀려온 존재들을 감싸는 지극한 사랑으로 독창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왔다. 김이듬은 김춘수시문학상을 비롯 다수의 국내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0년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한 세상을 시로써 자꾸만 들여다본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없다는 체념의 감정이, 이곳에서는 나의 실존을 확인할 수 없다는 미지의 두려움이 화자를 압도해온다. ..

2024.11.13

김남극 시집 / 이별은 그늘처럼

이별은 그늘처럼강원도 봉평에서 태어나 2003년 《유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남극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별은 그늘처럼』이 걷는사람 시인선 92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장년의 저녁, 그 혼돈의 안팎 풍경”(김경수 발문)이란 표현처럼 김남극 시인은 강원도 봉평의 산협(山峽)에서 인간이 늙어 가며 겪어야 하는 이별과 설움, 육체의 아픔과 정신의 처연함에 대해 써 내려간 60편의 시를 책으로 엮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이별과 잊힘, 그 쓸쓸함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애정과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시편들은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시인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면 산협의 오솔길 사이로 눈이 내리고 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성장해 도시로..

2024.11.13

조용미 시집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

2024.11.12

권선희 시집 /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여년간 줄곧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곡절하게 노래해온 권선희 시인의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꽃마차는 울며 간다』(애지 2017)에 이은 세 번째 ‘구룡포’ 연작 시집이라 해도 좋을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말”(장은영, 해설)을 꼼꼼히 받아 적으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신산한 생활을 질박하고 구성진 경상도 사투리에 해학을 곁들여 들려준다. 아득한 “인생 저편의 말들”을 갯비린내 물씬한 날것의 언어로 되살려 “우리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이해와 우애와 연대와 사랑의 공동체..

2024.11.11

이은규 시집 /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오늘부터 겨울 어떤 문장에 기대어 동절기 한 절기를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먹먹하기만 합니다 p.20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p.34 지나간 구름을 다시 만날 수 없는 세계에서 절벽을 부수고 그 안에 든 빙벽과 마주할 것 (...) 호흡인 듯 스미는 겨울처럼 눈을 찌를 문장, 구름의 행간에 새길 수 있을 때까지 p.57 오래전 일을 기억하니 달아나지 못하게 발목에 채워놓은 쇠고리가 많이 무거웠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어린, 여린 발목이 부어오르곤 했지 그..

2024.11.11

김이강 시집 /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26권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2006년 겨울 《시와세계》로 등단한 저자가 6년 만에 펴낸 첫 번째 시집이다. 경험적 일상을 기록하기 있다기보다 일상의 어떤 단면들을 통해 현실 너머에 있는 시적 환상을 침해하고 들춰내는 동시에, 들춰진 약간의 시적 환상만을 허락하면서 너무 많은 시적 환상이 일상 전체를 완전히 삼켜버리는 것을 간신히 저지하고 있는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적 환상과 일상 사이의 잠정적 휴전 혹은 잠재적 전투 상황을 담아낸 ‘소독차가 사라진 거리’, ‘노웨어 보이’, ‘마르고 파란’, ‘12월주의자들’, ‘트랄랄랄라’, ‘못과 들국화’, ‘폭설 내리고 겨울 저녁’ 등의 시편을 모두 3부로 나누어 ..

2024.11.09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