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희 시집 /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진유고 2024. 11. 11. 12:10
반응형
SMALL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여년간 줄곧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곡절하게 노래해온 권선희 시인의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꽃마차는 울며 간다』(애지 2017)에 이은 세 번째 ‘구룡포’ 연작 시집이라 해도 좋을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말”(장은영, 해설)을 꼼꼼히 받아 적으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신산한 생활을 질박하고 구성진 경상도 사투리에 해학을 곁들여 들려준다. 아득한 “인생 저편의 말들”을 갯비린내 물씬한 날것의 언어로 되살려 “우리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이해와 우애와 연대와 사랑의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까지 일깨워주는 주술 같은 시들”(송경동, 추천사)이 뭉클한 공감을 자아낸다.
저자
권선희
출판
창비
출판일
2024.06.28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횟집 문 닫았다. 수족관 도다리들도 허옇게 배를 뒤집었다. 재난지원금 몇푼 받으려면 폐업도 못 한다. 대출이자와 밀린 월세가 자꾸 술을 불렀다. 어찌어찌 다시 문 연 지 일주일 만에 벌금 삼백만원 물었다. 거리두기 인원 제한 어겼다고 신고한 후배 놈 찾아가 죽도록 팼다.

p.14








종합운동장 맞은편 2층 유방외과에서
오른쪽
악성 종양 진단 받았을 때
기가 찼다 계단에 주저앉아 도로를
질주하는
낙엽들 바라보며


(...)


요양병원 내 옆 침대,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마흔네살 여자
겨우내 밥 한숟가락 못 넘기고 말라가다
벚꽃 피자 죽어 나갈 때
친정 어미가 벽에 걸린 가발을 챙길 때


씨벌노무 인생,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시작되었다


p.36~37









건강원 일 거들던 속초댁 죽고


작년 가을 재혼한 택배집 사장 도박 빚에
목매달고


움막 짓고 살던 눌태리 홍씨 번개탄
피워 죽고


천보수산 어르신 문어 경매 보다
돌아가시고


사진관 외아들 백혈병으로 죽고


보름 만에 다섯이나 추려낸 포구
삼거리엔


챙겨 가지 못한 소문만 겹겹 피고 진다


p.84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