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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시집 /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세상을 응시하는 예민한 감각과 탁월한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단정한 시 세계를 펼쳐온 정다연 시인의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201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선보인 소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현대문학 2019) 이후 2년 만에 펴낸 이 시집에서 시인은 “정돈된 아름다운 언어들”(조대한, 해설)로 세계에 만연한 폭력과 거기에 굴하지 않는 연대의 마음을 펼쳐낸다. 미래를저자정다연출판창비출판일2021.10.08흐린 날씨다 철교를 따라 걸으며​​나는 스스로에게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연이은 불행​​찢기고 찢긴​​(…)​​나보다 앞서간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진다​​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

2024.12.21

신달자 시집 /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신달자 시인의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스물에 등단한 이후 쉼 없이 시를 써 온 시인 신달자가 팔순에 펴내는 시집이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시가 된다’는 평을 받아 온 신달자는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에서 섬세하면서도 통렬한 어조로 나이 든 몸의 고통을 그려 낸다. 늙어 가는 몸에서 비롯되는 찌르는 통증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시인의 하루는 몸을 어르고 달래는 일로 채워진다. 얼음과 숯불 사이를 오가며저자신달자출판민음사출판일2023.04.07냉동고에는 치미는 분노와 살인적 치욕이 멈춘 채 정지되고세상에 새면 안 되는 일급비밀이 급냉동되어무표정하게 굳어 있고하나의 서랍엔 비상약이 수북하게 약 주인을 향해 위협적으로 수군거리고한 주..

2024.12.21

배시은 시집 / 소공포

소공포배시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소공포』가 민음의 시 304번으로 출간되었다. 배시은 시인은 독립문예지 《베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질서와 반복으로부터 미묘하게 벗어나 있는 내용과 형식의 추구를 통해 그만의 고유한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배시은의 독특한 시선과 언어 실험은 시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향한다. “우리는 곧바로 그다음 상황에 놓인다”는 「자서」의 선언적인 문장처럼, 페이지마다, 연과 행마다 의외의 상황과 언술들이 부지런히 이어진다. 시집저자배시은출판민음사출판일2022.10.26세 사람이 있다 나는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한 사람은 한 사람을 업고 달리고​​한 사람은 그 옆을 바싹 쫓는 동안​​이 사람은 좀 전까지 나와 흙더미에 얼굴 문대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2024.12.19

김소연 시집 / 촉진하는 밤

촉진하는 밤시인 김소연의 여섯번째 시집 『촉진하는 밤』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89번째로 출간되었다. 전작 『i에게』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자 1993년 『현대시사상』에 「우리는 찬양한다」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데뷔 30주년에 나오는 시집이라 특별함을 더한다. 전작에서 극에 달한 내면 풍경을 첨예하게 보여준 소문자 i가 또 한번 등장하는 이번 시집은 이 극단이 끝이 아님을, 이 내면의 풍경이 끝나지 않는 도정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저자김소연출판문학과지성사출판일2023.09.14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다튼튼하고 둥근 올가미를 두 손에 들고서검고 깊은 볼모로서​​p.35울타리를 뜯는 사람의 고독 옆에 서기전문가들의 거대하고 장엄한 편견 앞에 서서​​소진시키기믿고 싶은 것을 믿는 ..

2024.12.18

변혜지 시집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남다른 사유의 깊이, 막힌 혈로를 뚫듯 날카롭고 예민하되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아우르는 너끈한 묘사력”(심사위원 김영남·이학성)을 지녔다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변혜지 시인의 첫 시집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힘이 넘치는 상상력을 유감없이 휘어잡는 문장력이 돋보이는 총 45편의 시를 묶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걸출한 개성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본문에서 작은저자변혜지출판문학과지성사출판일2023.11.06멸망이 낡은 담요 위에 웅크린 채 누워 있다. 나는 그 애를 두어 번 쓰다듬는다. 창문 밖에선 고함과 비명이 번갈아 들려왔어. 세계를 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이상하지. 어제보다..

2024.12.17

신준영 시집 / 나는 불이었고 한숨이었다

나는 불이었고 한숨이었다걷는사람 시인선 65번째 작품으로 신준영 시인의 『나는 불이었고 한숨이었다』가 출간되었다. 시인 신준영의 첫 시집으로, 4부로 나뉘어 총 57편이 담겨 있다. 시인은 2020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결 고르게 뛰어난 감각과 예리한 사물 인식이 돋보였다. 무엇보다도 한 편의 시를 끝까지 완성시키려고 하는 감투(敢鬪) 정신이 느껴졌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이 시집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는 불이었고 한숨이었다”는저자신준영출판걷는사람출판일2022.08.15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만들어낸 불편한 문장들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내가 나를 오해하며 살아내듯 당신도 당신을 오해하며 견디길 바랍니다.​​2022년 여름. 신준영나는 발명가이며..

2024.12.16

플로르벨라 이스팡카 시집 / 누구의 것도 아닌 나

누구의 것도 아닌 나한국-포르투갈 수교 60주년, 원어 번역으로 소개되는 포르투갈 여성주의 작가 1세대 욕망에 목소리를 불어넣은 여성 “그녀는 독창적인 영혼, 내 쌍둥이 영혼이다.” -페르난두 페소아저자플로르벨라 이스팡카출판미행출판일2021.07.25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나를 원한다면따뜻한 오후의 햇볕이 되어야 할 것.맑은 물의 눈 속에 예언가의 빛나는동공을 갖고 있을 것.​​어린나무에 흐르는 수액이어야 할 것.작은 곤충의 중얼대는 소리거나돛대의 돛을 팽창시키는 바람일 것.​​타인이자 순간의 타인일 것.움직이는 살아 있는 야생의 힘이거나별들의 폭포를 끌어당기는 행성일 것.​​이 책은 비통의 책. 망할지난날들이여,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울었다.어쩌면 오직 고문과 같은 고통만이이 책을 느끼고 이해..

2024.12.15

정재율 시집 / 온다는 믿음

온다는 믿음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마흔다섯 번째 시집으로 정재율의 『온다는 믿음』을 출간한다. 2019년, “어긋남과 예기치 못”함, ‘서투름과 과감함 사이를 지나가는 감각’(신용목)으로 호평을 받으며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은하철도 999」에서 영원한 삶을 꿈꾸었던 나무인간 모리키 씨(*TV판 「은하철도 999」 21화 참조)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해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환상동화저자정재율출판현대문학출판일2023.03.25속도를 줄여야 하는데그렇지 않으면 나와 더 멀어질 뿐인데​​p.28어떤 마음은 돌처럼 깊숙이 박혀서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그는 요새 죽는 꿈이 아니라사라지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그건 조금 다르다고​​죽..

2024.12.14

메리 올리버 시집 /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최고의 시인”(〈뉴욕 타임스〉)으로 불리는 메리 올리버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2024년 새해를 여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메리 올리버의 시와 산문을 꾸준히 소개해온 마음산책에서 『천 개의 아침』 『기러기』 『서쪽 바람』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이다. 시인은 살아생전 새벽같이 일어나 예술가들의 낙원인 프로빈스타운을 홀로 거닐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숲과 들판, 모래언덕, 바닷가를 누비며 온저자메리 올리버출판마음산책출판일2024.01.02난 이 시대의 영리함을즐겁고 편안하게 누릴 수가 없어.온통 컴퓨터 이야기에.뉴스는 폭탄과 피로 도배되니까.오늘 아침, 싱싱한 들판에서숨겨진 둥지를 발견했어.거기 따스한 얼룩무늬 알 네 개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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