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시집 / 아름다운 사람 하나
제 삶의 무게 지고 산을 오르다 더는 오를 수 없는 봉우리에 주저앉아 철철 샘솟는 땀을 씻으면, 거기 내 삶의 무게 받아 능선에 푸르게 걸어주네, 산 이승의 서러움 지고 산을 오르다 열두 봉이 솟아 있는 서러움에 기대어 제 키만한 서러움 벗으면, 거기 내 서러움 짐 받아 열두 계곡 맑은 물로 흩어주네, 산산 쓸쓸한 나날들 지고 산을 오르다 산꽃 들꽃 어지러운 능선과 마주쳐 제 생애만한 쓸쓸함 묻으면, 거기 내 쓸쓸한 짐 받아 부드럽고 융융한 품 만들어주네, 산산산 p.13 사랑하는 사람이여 세모난 사람이나 네모난 사람이나 둥근 사람이나 제각기의 영혼 속에 촛불 하나씩 타오르는 이유 올리브 꽃잎으로 뚝뚝 지는 밤입니다 p.26 더 먼저 기다리고 더 오래 기다리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기다리는 고통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