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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5

조용미 시집 / 나의 다른 이름들

나의 다른 이름들조용미 시집 [나의 다른 이름들]. 문학평론가 조재룡은 조용미의 시를 무질서한 이 세계에서, 우주와 조응하는 보편적 유추의 흔적을 묻힌 비밀처럼 찾아내고 감추어진 상징으로 구축하고자 애를 쓰는, 마치 신 앞에서 피조물이 올리는 간절한 기도와도 같은, 명상과 주시의 파장을 구현하려 하는 것과도 같다고 평하고 있다.저자조용미출판민음사출판일2016.07.29처음의 꽃이, 지고 있다 ​ ​ 저 커다란 흰 꽃은 오래도록 피어 천 년 후엔 푸른 꽃이 되고 다시 쳔 년 후엔 붉은 꽃이 된다 하니 ​ ​ 고독에 침몰당하지 않기 위해 백 년을 거듭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차츰 각자의 색을 갖게 되는 것이다 ​ ​ p.14 봄이 다 소진되었다 생각하니 죽음과도 같은 피로가 몰려왔다 삼나무 원목 발판에서 은은..

2024.11.13

서희 시집 / 무슨 말을 덧붙일까요

무슨 말을 덧붙일까요실감(實感)과 실정(實情)의 형식 2017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서희 시인의 첫 시집 『무슨 말을 덧붙일까요』가 시인동네 시인선 196으로 출간되었다. 형식이 의미에 복무하는 형태를 가진 서희의 시는, 진솔하고 성찰적인 자아의 진정성을 기반으로 보편적 공감을 얻고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서희의 시어가 가진 정직성과 형식적 일탈이 담보하는 미학적 성취는 세속의 하찮은 일상이 삶을 성장시키는 ‘한 걸음’임을 확인시킨다. ■ 시인의 말 시조에 첫발을 들여놓고 어쩔 줄 몰라 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아직도 까막눈이라서 3장 6구의 행간이 일렁거리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고요히 시력을 맞추는 지금, 봄이 손을 잡아 주었듯, 이 여름도 나를 이끌어 주리라 믿으며…… 2023년 1월 서희저자서..

2024.11.05

안현미 시집 / 미래의 하양

이곳에 살기 위하여 탁구를 칩니다. 주고, 받고, 받고, 주고, 단순하고 정직한 게 마음에 듭니다. ​ 2024년 여름. 안현미 한때 시간만이 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어떻게든 흘러가리라 이 침묵도 종내에는 나와 함께 시간 밖으로 날아가리란 믿음의 신도로 어떤 밤엔 술에 취해 잠들고 어떤 밤엔 술을 담그다 잠들었다 어떻게든 흘러가리라 그것이 딱 내 수준이었지만 내 수준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고 부끄러워하며 죽지도 않을 계획이다 ​ p.15 애플제라늄 옆에서 하루 종일 장맛비 소리를 듣는다 ​ ​ 큰 틀에서 전생이 있다면 저 우중의 거리와 같을까 ​ ​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들 물안개처럼 ​ ​ 잠깐 잠깐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 ​ 큰 틀에서 생각하면 그게 다 꿈이었을까? ​ ​ 애플제라늄 옆에서..

2024.10.24

임지은 시집 / 이 시는 누워 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불행이 솜뭉치처럼 의자 사이를 굴러다녔다 나만 참으면 행복해지는 일이 많아졌다 한겨울에 슬리퍼를 신고 한여름을 기다렸다 ​ P.28 먹지 않고 걷지 않는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늦겨울 봄볕처럼 아주 잠시 생겼다 사라진다 ​ ​ 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 ​ 왜? 누워 있으려고 ​ ​ 그리하여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어디든 누워 있을 수 있게 된다 ​ ​ (...) ​ ​ 이 시는 지금 누워 있고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 ​ P.30~31 행복엔 잘잘못이 없고 계속하면 됩니다 ​ P.42 언어는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 ​ 오해와 다툼과 싸움이 같은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 ​ 말에도..

2024.10.14

고정희 시집 / 아름다운 사람 하나

제 삶의 무게 지고 산을 오르다 더는 오를 수 없는 봉우리에 주저앉아 철철 샘솟는 땀을 씻으면, 거기 내 삶의 무게 받아 능선에 푸르게 걸어주네, 산 이승의 서러움 지고 산을 오르다 열두 봉이 솟아 있는 서러움에 기대어 제 키만한 서러움 벗으면, 거기 내 서러움 짐 받아 열두 계곡 맑은 물로 흩어주네, 산산 쓸쓸한 나날들 지고 산을 오르다 산꽃 들꽃 어지러운 능선과 마주쳐 제 생애만한 쓸쓸함 묻으면, 거기 내 쓸쓸한 짐 받아 부드럽고 융융한 품 만들어주네, 산산산 p.13 사랑하는 사람이여 세모난 사람이나 네모난 사람이나 둥근 사람이나 제각기의 영혼 속에 촛불 하나씩 타오르는 이유 올리브 꽃잎으로 뚝뚝 지는 밤입니다 p.26 더 먼저 기다리고 더 오래 기다리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기다리는 고통중에..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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