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시추천 55

김현서 시집 / 나는 커서

나는 커서(문학동네시인선 81)김현서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펴낸다. 『나는 커서』는 김현서 시인이 첫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이후 딱 10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으로, 그녀의 오랜 침묵이 괜한 게으름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듯 탄탄한 상상력과 잘 직조된 이미지가 빛을 내면서 재미의 넓이와 사유의 깊이를 맘껏 즐기게 해주고 있다.저자김현서출판문학동네출판일2016.01.15나뭇가지마다 쌓인 달빛의 검은 발소리 ​ ​ 열 수도 없는 저 창으로 나는 무엇을 보려 하는가 ​ ​ 2015년 겨울. 김현서. p.5 내 스웨터를 걸친 그림자가 조용히 매장을 돌고 있다 ​ ​ 라일락 향기처럼 그가 남긴 흔적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 ​ 팝콘의 고소한 냄새 숨소리 스트라이프 무늬 카페모카 ​ ​ 그에게 서서히 중독되..

2024.11.21

서윤후 시집 /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부러지더라도 희미해지지 말자는 약속을 해요” 슬픔의 한가운데로 가라앉는 이들에게 건네는 끈질기고 다정한 안부,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저자서윤후출판문학동네출판일2021.05.21싸움이 끝난 뒤 깨진 화병은 누가 치우나 ​ ​ 남겨진 사람은 조심성 없이 쓸어 담고 집 잃은 새를 보듬듯 꽃을 주워다 종량제 봉투 앞에 서게 될 때 그렇게 향기가 스민 어둠은 밤새 사라지지 않고 ​ ​ 기나긴 복도를 생각하면 열려 있던 문들이 하나둘 닫히기 시작한다 잠들기 위해 눈감으면 비로소 눈뜨는 화병에 베인 손날의 붉은 눈 ​ ​ p.20 당신은 여름의 한복판에 서서 점점 야위어간다 푸른 가로수 그림자와 구분되지 않아 난처한 풍경이었지 녹다 만 채로 다시 얼어붙지 않기 위해 자신을 계속 ..

2024.11.20

김혜순 시집 / 한 잔의 붉은 거울

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김혜순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 57편의 시는 '붉은색'을 시적 상상력에 대입시킨다. 특유의 감각적 언어와 시적 상상력으로 우리 시대 대표적인 여성 시인인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도 변함 없이 '끔찍하고 적나라하고 아름다운' 시적 세계를 창조하는 탁월한 감성을 빛내고 있다."}">한 잔의 붉은 거울1979년 계간 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김혜순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 57편의 시는 '붉은색'을 시적 상상력에 대입시킨다. 특유의 감각적 언어와 시적 상상력으로 우리 시대 대표적인 여성 시인인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도 변함 없이 '끔찍하고 적나라하고 아름다운' 시적 세계를 창조하는 탁월한 감성을 빛내고 있다.저자김혜순출판문학과지성사출판일2004...

2024.11.19

이영옥 시집 /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걷는사람 시인선 71번째 작품으로 이영옥 시인의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가 출간되었다. 시인 이영옥은 2004년 《시작》 신인상을 받고,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시집 『사라진 입들』 『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를 내며 현실의 사각지대를 그리는 집요한 시선과 내적 응집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8년 만에 낸 세 번째 시집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에서 이영옥은 자기 탈각과 사물 인식이 확장되면서 한층 깊어진 감응과 사유를 드러낸다. 끝없는 자기 변혁을 통해 밝음과 어둠, 자기와 비자기, 의식과 무의식, 안과 밖, 낮과 밤, 나와 너의 이항 형질들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관계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시세계를 선보인..

2024.11.18

김사이 시집 /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k-포엣 시리즈 32권으로 김사이 시인의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가 출간되었다. 『반성하다 그만둔 날』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세 번째 시집이다. 앞선 시집들에서 노동 현장의 부조리함과 그 속에서 이중으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절실하게 그려낸 시인답게 이번 시집에서도 부조리한 삶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풍경은 개선되는 것 없이 교묘하게 더 나빠지고 있는 것만 같다. 시인은 그러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 세계의 아픔을 함께하며 그 자리에서 노래한다.저자김사이출판아시아출판일2023.06.30병시중이 절실한 식구가 있는데 아이를 홀로 두고 일하러 갈 수가 없는데 ​ ​ 어정쩡하게 가난해서 학자금 보조도 청년주택자금 지원도 자격이 안 되는 너라는 시간..

2024.11.18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집 /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은 20세기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주요 시기별로 선별해 모은 시집이다. 브레히트는 괴테, 하이네, 쉴러와 함께 독일의 4대 시인으로 거론되며, 한나 아렌트는 브레히트를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독일 시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위대한 극작가이기에 앞서 천부적 시인이었던 브레히트는 약 2,300편에 이르는 시를 남겼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사후에야 빛을 보았고 그중 대부분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시국이 암울할 때 단골로 인용될 정도로 브레히트의 시는 정치적으로도 높은 시의성을 지니고 있다.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은 그런 보편적 시의성을 잃지 않는 시는 물론이..

2024.11.17

강수경 시집 /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2010년 《부천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2018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강수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78로 출간되었다. 강수경 시인은 개인이면서 역사적 개인으로서 자신을 기록하려는 열망으로 세상과의 불화를 끝내 극복한다.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라는 단순한 명제에는 시인의 ‘웃음’에 대한 추적(追跡)을 충동하는 떨림이 들어 있다. 우리는 아마 이쯤의 이해에 닿아 있을 것이다. 인과를 넘어서면 무작위의 열정만 남지만, 인과 위에 숭고나 헌신 같은 개념을 포개면 인간은 초월보다 존재의 통증을 선택하고 말 것이다. 강수경 시인은 그 선택에 있어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저자강수경출판문학의전당출판일2024.05.09보름달을 찍으려고 카메..

2024.11.16

조용미 시집 / 초록의 어두운 부분

초록의 어두운 부분나를 열어 당신을 맞이하는 포즈 높고 낮고 넓고 깊은 색의 끝에 다다른 하나의 색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 조용미의 여덟번째 시집 『초록의 어두운 부분』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02번으로 출간되었다. 고통 속에서 길어낸 상처의 미학을 선보인 『당신의 아름다움』(문학과지성사, 2020)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1990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30여 년의 세월 동안 부지런히 쓰고 발표해온 그의 초록빛 언어는 여전히 싱그러우며 그 시간만큼 웅숭깊다. 이번 시집에서 조용미는 지극한 눈길로 무언가를 오래 바라본 자만이 그려낼 법한 생의 정취를 빚어낸다. “불을 끄고 누”워 “낮에 본 작고 반짝이는 것들”(「산책자의 밤」)을 생각하고 “꽃 진 살구나무 대신/살구나무..

2024.11.15

김사이 시집 / 반성하다 그만둔 날

반성하다 그만둔 날오래전 절판되어 더는 서점에서 찾을 수 없었던 우리 시대 대표 시집을 선보이는 걷는사람 ‘다시’ 열한 번째 시리즈로 김사이 시인의 첫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이 출간되었다. 시인 김사이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시를 공부하며 2002년 《시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성이자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에 꾸준히 골몰해 온 김사이는 “가리봉의 시인”(해설, 방민호)이라는 명명처럼 가리봉의 주변부와 그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시인의 화자들은 가리봉이라는 공간에 산재한 채로 존재하며, 서울이라는 환상의 이면을 살아내는 일인칭 인간으로 상징된다. 김사이의 시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생이라는 유한함 속에서 꿈틀거리며 절절히 살아 숨 쉬는 이들을 응시하게 된다. “어느 곳..

2024.11.15

안희연 시집 / 당근밭 걷기

당근밭 걷기생의 감각을 일깨우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슬픔도 결핍도 정면으로 마주하며 섬세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담아내는 안희연 시인, 그의 네번째 시집 『당근밭 걷기』가 문학동네시인선 214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을 걸으며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삶의 신비와 여분의 희망을 건져올리려 애쓴 시인의 지난 4년을 담고 있다.저자안희연출판문학동네출판일2024.06.15발밑으로 돌이 굴러온다. 어디서 굴러온 돌일까. 쥐어보니 온기가 남아 있다. 가엾은 돌이라고 생각하며 ​ ​ 걷다보니 또 돌이 굴러온다. 하나가 아니라면. 거듭해서 말해져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나는 간곡한 돌을 쥐고 있다. 바닥을 살피며 걷는 버릇이 생겼다. ​ ​ 돌이 온다 또 돌이 온다. 주머니는 금세..

2024.11.14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