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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웃었다
2010년 《부천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2018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강수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78로 출간되었다. 강수경 시인은 개인이면서 역사적 개인으로서 자신을 기록하려는 열망으로 세상과의 불화를 끝내 극복한다.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라는 단순한 명제에는 시인의 ‘웃음’에 대한 추적(追跡)을 충동하는 떨림이 들어 있다. 우리는 아마 이쯤의 이해에 닿아 있을 것이다. 인과를 넘어서면 무작위의 열정만 남지만, 인과 위에 숭고나 헌신 같은 개념을 포개면 인간은 초월보다 존재의 통증을 선택하고 말 것이다. 강수경 시인은 그 선택에 있어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 저자
- 강수경
- 출판
- 문학의전당
- 출판일
- 2024.05.09
보름달을 찍으려고
카메라 앵글을 맞춘다
눈으로 본 달과
렌즈 속 달이 다르다
달은 카메라에 담기기 싫은지
빛 너울에 제 몸을 녹이고
여러 번 셔터를 누르지만
내가 원하는 달이 아니다
제대로 찍히지 않는 달
p.13
우울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몰라
주절주절 말 걸며
멀리서 오는 빗소리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살금살금 찾아오는지
한 잔 막걸리에 물어보고
신 김치 조각에 물어보고
그러다 몇자 적어보고
그러다 침묵하고
우울의 뿌리를 더듬는
p.20
길을 잃었다
도달해야 할 지점에서
아니, 도달했다고 생각한 곳에서 방향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p.26
산다는 건,
사람들의 그늘을 들여다보며
함께 캄캄해지거나
쓴웃음으로 덮어버리거나
실망하여 접어버리는 건 아닐까
p.30
오늘은 어제가 되었고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 어떤 날은 화창했으나 오후엔 흐렸고 저녁엔 잠시 붉은 노을이더니 밤에는 비가 내렸다 (...) 기다리던 소식은 번번이 부러지고 부러진 소식 모아 불쏘시개로나 써 볼까 불화하는 오늘은 벌써 어제가 되었고,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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