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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집 /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은 20세기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주요 시기별로 선별해 모은 시집이다. 브레히트는 괴테, 하이네, 쉴러와 함께 독일의 4대 시인으로 거론되며, 한나 아렌트는 브레히트를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독일 시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위대한 극작가이기에 앞서 천부적 시인이었던 브레히트는 약 2,300편에 이르는 시를 남겼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사후에야 빛을 보았고 그중 대부분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시국이 암울할 때 단골로 인용될 정도로 브레히트의 시는 정치적으로도 높은 시의성을 지니고 있다.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은 그런 보편적 시의성을 잃지 않는 시는 물론이..

2024.11.17

강수경 시집 /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2010년 《부천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2018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한 강수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78로 출간되었다. 강수경 시인은 개인이면서 역사적 개인으로서 자신을 기록하려는 열망으로 세상과의 불화를 끝내 극복한다. ‘그래서 오늘은 웃었다’라는 단순한 명제에는 시인의 ‘웃음’에 대한 추적(追跡)을 충동하는 떨림이 들어 있다. 우리는 아마 이쯤의 이해에 닿아 있을 것이다. 인과를 넘어서면 무작위의 열정만 남지만, 인과 위에 숭고나 헌신 같은 개념을 포개면 인간은 초월보다 존재의 통증을 선택하고 말 것이다. 강수경 시인은 그 선택에 있어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저자강수경출판문학의전당출판일2024.05.09보름달을 찍으려고 카메..

2024.11.16

김사이 시집 / 반성하다 그만둔 날

반성하다 그만둔 날오래전 절판되어 더는 서점에서 찾을 수 없었던 우리 시대 대표 시집을 선보이는 걷는사람 ‘다시’ 열한 번째 시리즈로 김사이 시인의 첫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이 출간되었다. 시인 김사이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시를 공부하며 2002년 《시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성이자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에 꾸준히 골몰해 온 김사이는 “가리봉의 시인”(해설, 방민호)이라는 명명처럼 가리봉의 주변부와 그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시인의 화자들은 가리봉이라는 공간에 산재한 채로 존재하며, 서울이라는 환상의 이면을 살아내는 일인칭 인간으로 상징된다. 김사이의 시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생이라는 유한함 속에서 꿈틀거리며 절절히 살아 숨 쉬는 이들을 응시하게 된다. “어느 곳..

2024.11.15

신수형 시집 / 무빙워크

무빙워크36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신수형의 『무빙워크』가 출간됐다. 신수형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시인 안희연은 신수형의 첫 시집을 “완벽한 겨울 시집”이라고 평한다. 최소한의 언어만으로 백지를 채워나가는 신수형의 시가 겨울나무와 닮았기 때문이다. “선명한 사실”이 되기 위해 “최소한의 동작만” 하기로 한 사람의 독백이라는 추천의 말대로, 거의 사라지려는 듯한 존재들을 붙잡고 있는 그의 시를 읽는 경험은 마치 따뜻한 물 한잔을 앞에 두고 침묵의 대화를 나누려는 티타임과 같다. 이는 지친 자신의 영혼과 마주 보는 시간이다.저자신수형출판아침달출판일2023.12.20창밖을 본다 모두 지나가는 중이다 ​ 2023년 12월 신수형 오래된 탁자 위에 오래된 주전자 그 옆에 오래된 컵 ..

2024.11.14

김남극 시집 / 이별은 그늘처럼

이별은 그늘처럼강원도 봉평에서 태어나 2003년 《유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남극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별은 그늘처럼』이 걷는사람 시인선 92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장년의 저녁, 그 혼돈의 안팎 풍경”(김경수 발문)이란 표현처럼 김남극 시인은 강원도 봉평의 산협(山峽)에서 인간이 늙어 가며 겪어야 하는 이별과 설움, 육체의 아픔과 정신의 처연함에 대해 써 내려간 60편의 시를 책으로 엮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이별과 잊힘, 그 쓸쓸함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애정과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시편들은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시인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면 산협의 오솔길 사이로 눈이 내리고 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성장해 도시로..

2024.11.13

조용미 시집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

2024.11.12

이은규 시집 /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오늘부터 겨울 어떤 문장에 기대어 동절기 한 절기를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먹먹하기만 합니다 p.20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p.34 지나간 구름을 다시 만날 수 없는 세계에서 절벽을 부수고 그 안에 든 빙벽과 마주할 것 (...) 호흡인 듯 스미는 겨울처럼 눈을 찌를 문장, 구름의 행간에 새길 수 있을 때까지 p.57 오래전 일을 기억하니 달아나지 못하게 발목에 채워놓은 쇠고리가 많이 무거웠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어린, 여린 발목이 부어오르곤 했지 그..

2024.11.11

김이강 시집 /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26권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2006년 겨울 《시와세계》로 등단한 저자가 6년 만에 펴낸 첫 번째 시집이다. 경험적 일상을 기록하기 있다기보다 일상의 어떤 단면들을 통해 현실 너머에 있는 시적 환상을 침해하고 들춰내는 동시에, 들춰진 약간의 시적 환상만을 허락하면서 너무 많은 시적 환상이 일상 전체를 완전히 삼켜버리는 것을 간신히 저지하고 있는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적 환상과 일상 사이의 잠정적 휴전 혹은 잠재적 전투 상황을 담아낸 ‘소독차가 사라진 거리’, ‘노웨어 보이’, ‘마르고 파란’, ‘12월주의자들’, ‘트랄랄랄라’, ‘못과 들국화’, ‘폭설 내리고 겨울 저녁’ 등의 시편을 모두 3부로 나누어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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