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은 시집 / 이 시는 누워 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진유고 2024. 10. 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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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솜뭉치처럼 의자 사이를
굴러다녔다
나만 참으면 행복해지는
일이 많아졌다
한겨울에 슬리퍼를 신고 한여름을
기다렸다



P.28













먹지 않고 걷지 않는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늦겨울 봄볕처럼
아주 잠시 생겼다 사라진다


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왜? 누워 있으려고


그리하여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어디든
누워 있을 수 있게 된다


(...)


이 시는 지금 누워 있고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P.30~31










행복엔 잘잘못이 없고 계속하면 됩니다


P.42












언어는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해와 다툼과 싸움이
같은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말에도 창문이 있고 먼지가 쌓인다는
것을 모른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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