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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것도 아닌 나
한국-포르투갈 수교 60주년, 원어 번역으로 소개되는 포르투갈 여성주의 작가 1세대 욕망에 목소리를 불어넣은 여성 “그녀는 독창적인 영혼, 내 쌍둥이 영혼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 저자
- 플로르벨라 이스팡카
- 출판
- 미행
- 출판일
- 2021.07.25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나를 원한다면
따뜻한 오후의 햇볕이 되어야 할 것.
맑은 물의 눈 속에 예언가의 빛나는
동공을 갖고 있을 것.
어린나무에 흐르는 수액이어야 할 것.
작은 곤충의 중얼대는 소리거나
돛대의 돛을 팽창시키는 바람일 것.
타인이자 순간의 타인일 것.
움직이는 살아 있는 야생의 힘이거나
별들의 폭포를 끌어당기는 행성일 것.
<뒷표지>
이 책은 비통의 책. 망할
지난날들이여,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울었다.
어쩌면 오직 고문과 같은 고통만이
이 책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으리.
p.13
당신이 쓴 책은 참 이상하다
작가는 그리움과 고통
내가 느낀 것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당신이 이 책에 다 집어넣었다.
책을 읽으며, 같은 방식으로 내 영혼도 훑어본다.
당신이 내게 준 책은 나의 이야기였다.
내가 울며 웃으며 노래했던 기도들이었다.
나와 같은 시인이여,
당신이 하는 말을 나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고통을 당신의 망토 안에 보호할 줄 누가
알았을까.
p.31
이 헛된 세상에서 모든 것이 허황되다…
모든 것이 슬픔, 먼지, 무!
우리 안에 새벽이 밝자마자,
가슴을 채우는 밤이 곧이어 뒤따른다!
사랑마저도, 크게 소리 내어 웃는
가슴속 웃음마저도 거짓을 말하고,
꽃은 피더니 이내 져버리고,
꽃잎은 땅에 떨어져 밟히고 만다!
사랑의 키스? 무엇을 위해?!… 헛된 슬픔뿐!
꿈은 곧 우리의 영혼을 죽음과 같이
내버려둔 현실이 되고 만다.
미친 사람은 오직 꿈만을 믿고,
사랑의 키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마치 이 문 저 문 기웃대는 거지처럼.
p.36
사랑도, 증오도, 경멸도 모두 헛되다.
욕망과 감정도 모두 무용하다.
누군가의 옆에서 위대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바람에 꽃잎을 날려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두 헛된 세상에 살고 있다.
고난으로 만들어진 기쁨이자,
탄식의 메아리와 다름없는 미소이자,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키스.
가장 고결한 환상이 끝나고… 와해되고…
우리 안의 죽었던 그리움이 살아나려다
그 순간 다시 사라진다…
온 생을 바쳐 당신을 사랑하는 일, 난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늘 하루의 좋은 일들을 잊어버린다.
이런 것이 인생이라면, 그대여, 무엇을 원하는가!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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