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혜지 시집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진유고 2024. 12.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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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남다른 사유의 깊이, 막힌 혈로를 뚫듯 날카롭고 예민하되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아우르는 너끈한 묘사력”(심사위원 김영남·이학성)을 지녔다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변혜지 시인의 첫 시집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힘이 넘치는 상상력을 유감없이 휘어잡는 문장력이 돋보이는 총 45편의 시를 묶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걸출한 개성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본문에서 작은
저자
변혜지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3.11.06
멸망이 낡은 담요 위에 웅크린 채 누워 있다.
나는 그 애를 두어 번 쓰다듬는다. 창문 밖에선
고함과 비명이 번갈아 들려왔어. 세계를 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이상하지. 어제보다 어둡기만 해.


p.30








혜지야.
다정한 목소리로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왜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인지


작은 지혜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p.32









다시는 돌아오지 마.


그렇게 말했는데도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또 너구나.


우리는 김이 피어오르는 뜨거운 두부를 함께
먹는다.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말자. 둥글게 둥글게 모여 앉아 다음을 기약하는


이따위 꿈은 꾸지 않는 것만 못해. 그러나
사랑하지 않기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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