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은 시집 / 소공포

진유고 2024. 12. 1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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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포
배시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소공포』가 민음의 시 304번으로 출간되었다. 배시은 시인은 독립문예지 《베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질서와 반복으로부터 미묘하게 벗어나 있는 내용과 형식의 추구를 통해 그만의 고유한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배시은의 독특한 시선과 언어 실험은 시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향한다. “우리는 곧바로 그다음 상황에 놓인다”는 「자서」의 선언적인 문장처럼, 페이지마다, 연과 행마다 의외의 상황과 언술들이 부지런히 이어진다. 시집
저자
배시은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2.10.26
세 사람이 있다 나는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한 사람은 한 사람을 업고 달리고


한 사람은 그 옆을 바싹 쫓는 동안


이 사람은 좀 전까지 나와 흙더미에 얼굴 문대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말한다


이 사람과 나는 흙 묻은 얼굴로 마주 보고 샐샐거렸습니다 이 사람은 좀 전까지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세 사람은 멀리서 볼 때 한 사람처럼 보인다


p.55








여러분이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들이
똑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 중 하나는 마음속으로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다.


그들 중 하나의 생각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들 중 하나는 왜 그들이 똑같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유일하다.


p.72~73








기둥





슬래브


구조물의 붕괴.


누군가 다치거나 죽지 않아도
우리는 이것을 사고라고 부른다.


원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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