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 시집 /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진유고 2024. 11. 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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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는 이효영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선미장식의 계단」, 「효영낭독회」, 「선물 상자 고르기」 등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효영 시인은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부천대학교와 서울예술대학교를 졸업했다. 시집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를 썼다.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
이효영
출판
파란
출판일
2022.10.20
용서해야지, 한다 봄이 오면 버릇이다 놓아줘도 되지 봄이니까 그러나 한낮을 걸어도 마주치는
이 없으니 나 무엇을 용서할까 울고 떠난 나만
꽃잎으로 날린다 나로 분분한 봄이야 또 시작이야 내가 무릎을 꿇고 내가 감사하고 내가 노래한다 내가 음식을 차리고 내가 낭비한다 용서하고 싶은데, 용서할 놈이 어딨니 봄날은 작년처럼 환하여 나는 또 나를 보낼밖에


p.11










내일도 안녕한 당신
내가 피워 낸 발화를 만지며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p.23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불현듯 깊다,
실체보다 무겁거나, 실체보다 빠르다,
계단을 타고
있지만, 계단보다 조금 더 앞이다,
쏠리는 각도는
전부, 갈무리하는 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비를 맞고 있는
것만 같다, 비의 한가운데 혹은, 비 자체로서,
나 다 떨어지지 못했다,


(...)


고집스레, 비에서 쏟아지는 비처럼, 나를 뚫고,
나를 덮는, 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올 때, 나, 계단을 이기며,
조금 더 가파르다,


p.27









더 성장할 수 없을 때
선물은 박스가 된다
이제는 증명할 때라고
리본을 몸에 매고
머나먼 능선을 향해
떨어진다 번지점프처럼

(...)

박스가 있고 박스 안이 있고 혹은 박스보다 더
깊은 곳
마치 악기 같은 울음의 내부가 있다 해도 결국
무엇이기에 모두 선물이 됐나 너와 어디서 만나고 교차하나 어디까지가 흐름이고 어디까지가 너의 확답인가 이곳은 종착지인가 출발지인가

(...)

홀로 외로이
내가
낭창거린다 허공에
흩어지는 아 붉은 리본


p.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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