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오로라 콜
시인 숙희의 『오로라 콜』은 37번째 아침달 시집입니다.
시인 백은선이 추천사를 통해 "숙희의 시 속 여성은 근래 다른 시들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의 욕망과 절망을 보여준다. 희미하고 무성적인 존재가 아닌, 냄새나고 생동감 있는 육신을 가진 여성성"이라고 숙희 시의 독창성을 짚어주셨습니다.
- 저자
- 숙희
- 출판
- 아침달
- 출판일
- 2024.03.14
무엇을 알기 위해서 무엇이 되기 위해서
선잠에 들었다 깰 때
가져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할 때
밤이 긴 곳에서 불면이 이어질 때
실패하기 위한 실패도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이불 위에서 변기 위에서 초조할 때
핀란드나 아이슬란드나
먼 극지의 호텔에서 한밤중 손님을 깨워준다는
오로라 콜을
내 방에서 기다리지
p.13
주말마다 돌아가신 예술가들의 살림살이에
보태주느라
우리들의 생활비가 부족할 지경
토요일 아침은 열무김치에 계란프라이에
누룽지를 먹었고요
일요일 아침은 열무김치에 누룽지 많이 먹었어요
하지만 모든 문화생활이 반값이라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엔
출근을 해야 하고요
우리가 누구누구 욕하는 거
실은 너무 부러워서 그러는 거잖아요
중학교 때 처음 알았어요
예술하는 건 돈이라고요
참 일찍 알았는데
아는 건 아무 상관 없는 거였어요
예술하는 거랑
우리는 또 시 써요
밤인데 잠도 안 자고
p.77~78
나는 울 수 밖에 없었어요
챙챙거리는 소리에 귀를 막고
밤이 길어지는 만큼
벌레들이 늘어났고
옷이 잘 마르지 않았어요
모든 착한 여자애들은 죽기 전에 지옥에 갔대
죽고 나서야 천국으로 간대
지옥은 작은 방, 천국은 작은 방 안의 작은 방
만약에 천국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야
시를 읽는다
글자 조각들이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팠지만
너무 슬프고
아무 생각 하지 않을래
접어놓은 책 귀퉁이
더욱 슬프고
기억하지는 않을래
p.80
정원을 가꾸며 고양이나 돌보고 싶다
샤워한 몸을 말리며
흘러드는 생각을 흘려보낸다
p.100
반응형
LIST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릴 지브란 시집 /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1) | 2024.11.23 |
---|---|
이효영 시집 /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0) | 2024.11.22 |
이사라 시집 / 훗날 훗사람 (1) | 2024.11.21 |
김현서 시집 / 나는 커서 (0) | 2024.11.21 |
서윤후 시집 /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0)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