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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오늘부터 겨울
어떤 문장에 기대어 동절기
한 절기를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먹먹하기만 합니다
p.20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p.34
지나간 구름을 다시 만날 수 없는
세계에서
절벽을 부수고 그 안에 든 빙벽과
마주할 것
(...)
호흡인 듯 스미는 겨울처럼
눈을 찌를 문장, 구름의 행간에 새길 수 있을 때까지
p.57
오래전 일을 기억하니 달아나지 못하게 발목에
채워놓은 쇠고리가 많이 무거웠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어린, 여린 발목이
부어오르곤 했지 그렇게 말뚝에 발목이 묶여 둥글에 원을 그리는 날들이었지 (...) 오래된 기억과 결별하기 좋은 날
처음부터 없었던 쇠고리를 만들어낸
믿음 말이야 이제 거두기로 하자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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