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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덧붙일까요
실감(實感)과 실정(實情)의 형식 2017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서희 시인의 첫 시집 『무슨 말을 덧붙일까요』가 시인동네 시인선 196으로 출간되었다. 형식이 의미에 복무하는 형태를 가진 서희의 시는, 진솔하고 성찰적인 자아의 진정성을 기반으로 보편적 공감을 얻고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서희의 시어가 가진 정직성과 형식적 일탈이 담보하는 미학적 성취는 세속의 하찮은 일상이 삶을 성장시키는 ‘한 걸음’임을 확인시킨다. ■ 시인의 말 시조에 첫발을 들여놓고 어쩔 줄 몰라 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아직도 까막눈이라서 3장 6구의 행간이 일렁거리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고요히 시력을 맞추는 지금, 봄이 손을 잡아 주었듯, 이 여름도 나를 이끌어 주리라 믿으며…… 2023년 1월 서희
- 저자
- 서희
- 출판
- 시인동네
- 출판일
- 2023.01.20
이미 품에 든 것은
밀쳐두기 마련이다
오늘도 서점에서
새 책을 골라 샀다
책꽂이 꽂혀있던 책들
흑백의 풍경이다
내일이면 구간이 될
오늘의 신간이여
맞닿은 일상들이
버릇처럼 산화되고
죄 없이 녹슬어가는
다 읽지 못한 하루
p.13
밖으로 꺼내지 못한 숨겨둔 나의 일상
생각은 서쪽인데 동쪽으로 향한 입술
속되고
어지러운 실체
언저리에 갇혔다
p.15
탐욕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
먹어도 또 먹어도 배가 늘 고파오는
뱃속에 들어가서는 불이 되는 형벌이다
우리는 아귀 입의
가련한 껍데기니
먹을수록 허전해도 볼록 나온 저 배를 봐
목마른 허영의 숟갈 베어 물고 사는 우리
무겁도록 가늘어진
목구멍에 넘어가는
밤새워 긁어모은 욕심이 회귀한다
아귀야, 헛배로 텅 빈 네 모습을 닮는 우리
p.74~75
그릇에 담길 때면
서로를 껴안지만
어쩌다 엎질러서
바닥에 쏟아지면
잽싸게
등을 돌린다
돌아갈 수 없도록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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