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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최고의 시인”(〈뉴욕 타임스〉)으로 불리는 메리 올리버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2024년 새해를 여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메리 올리버의 시와 산문을 꾸준히 소개해온 마음산책에서 『천 개의 아침』 『기러기』 『서쪽 바람』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이다. 시인은 살아생전 새벽같이 일어나 예술가들의 낙원인 프로빈스타운을 홀로 거닐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숲과 들판, 모래언덕, 바닷가를 누비며 온
- 저자
- 메리 올리버
- 출판
- 마음산책
- 출판일
- 2024.01.02
난 이 시대의 영리함을
즐겁고 편안하게 누릴 수가 없어.
온통 컴퓨터 이야기에.
뉴스는 폭탄과 피로 도배되니까.
오늘 아침, 싱싱한 들판에서
숨겨진 둥지를 발견했어.
거기 따스한 얼룩무늬 알 네 개 들어 있었지.
그 알들 만져보았어.
뉴욕시의 전기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경이를 느끼고는
조용히 발길을 돌렸지.
p.115
난 아주 단순한 글을
쓰고 싶어,
사랑에 대해
고통에 대해
당신이 읽으면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읽는 내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도록,
내 글은 나만의 유일한 것이지만
당신의 마음으로 들어갈 테고
그리하여 결국
당신은 생각하겠지,
아니, 깨닫게 되겠지,
그동안 내내
당신 자신이
그 단어들을 배열하고 있음을,
그동안 내내
당신 자신이
당신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이야기하고 있었음을.
p.120~121
소멸하는 길도 많고, 번성하는 길도 많아.
이를테면,
묵은 고통은 우리가 제대로 살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지.
기억은 황금의 잔이기도,
빛 없는 지하실이기도 하지.
p.125
나는 잠이 깨어
어둠의
마지막 시간을
달과 단둘이
보내지.
달은
마치 좋은 벗답게
내 불평
들어주고
그 빛으로
확실한 위안 주지.
하지만 달도, 누구나 그러하듯
자신만의 삶이 있어.
그래서 마침내
달이 고개 돌리고
더는 들어주지 않는 걸 난 이해하지.
달은 내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내 삶으로 들어가기를 바라지.
그리고, 달은, 우리 모두가 꿈꾸듯,
사모하는 검은 물 가까이
몸을 구부리고
흰 팔로 노 저어
지나가지.
p.141~143
내가 사랑하는 이가 늙어 병들었지.
나는 불들이 하나씩 꺼져가는 걸 지켜보았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리게에 주어진 걸 받고
때가 되면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뿐이었지.
p.153
외로운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
어두운 구석에 서 있어.
나 그들을
도시들에서,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에서 보면서도
그들이 갈망하는
아프지 않은 삶 주는
마법으로
그들에게 닿을 수가 없었지.
그러다가, 그들처럼 외로운 사람이었던
나,
행운에게
인사를 건넸어.
어떤 이가
내게로 와서
머물더니
서서히
삶을 바꾸는
모든 것이 되었지.
오, 모든 이에게
그런 행운이 왔으면 좋겠어.
아프지 않은 삶을 누린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p.19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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