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희 시집 / 4를 지키려는 노력

진유고 2024. 12. 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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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를 지키려는 노력
황성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4를 지키려는 노력』. 황성희 시인은 시 동인 ‘시힘’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황병승, 함성호, 김소연, 강정 등과 함께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시를 써 왔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는 일상의 디테일이 시와 마술적으로 결합하는 순간을 특유의 모순어법과 유머러스한 수다로 포착해한 시를 표현하고 있다. 표제시 '4를 지키려는 노력'을 비롯해 모두 60편의 시를 담았다.    소외 당하기 쉬운 무수히
저자
황성희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3.09.16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몸짓
유리창에 비친 어떤 시간의 눈알
4를 지키려는 노력
한 손에는 지우개를 꼭 쥐고
애처로운 기교, 기만을 닮은 성실
한때 고래 지키는 사람을 꿈꾸었지만
바닷속을 염탐하지 않겠다는 약속
나무를 따라 흘러가는 바람을 두고
벽에 비친 내 그림자, 놀라는 게 이상할까
멀리 있는 별이 흐릿한 건 당연한 일
(...)
4를 지키려는 노력, 그것만이
태양 아래 산책을 즐기는 비법

p.13








창문 밖 허공. 눈만 뜨면 만나는 출구. 기꺼이 뛰어내리지는 못하고. 눈등 위의 붉은 점이 혹시나 흉할까 불안한 나이를 서글퍼 하고. (...) 한 손에는 커피. 한 손에는 감명 깊게 읽은 죽음을 들고. 진정한 용기는 전쟁도 혁명도 변절도 아닌 오늘을 견디는 법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다시 마침표를 찍는 손. 털끝 하나 떨리지 않는.

p.27








구름이 흘러간다
나의 생각이다


구름 새의 구름 머리
나의 생각이다


구름 새의 구름 깃털
나의 생각이다


구름은 하늘에 있다
구름은 나의 생각 속에 있다
땅을 베고 누운
나의 생각 속에 있다


땅은 나의 생각이다
누웠다는 것도 나의 생각이다
팔이 저리다는 것은……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것은 나의 생각이다


구름에게는 생각이 없다
구름도 나에게 생각당할 뿐이다
그것이 매일 억울할 것이다
이것만은 구름의 생각이었으면 하지만
구름의 생각 또한 나의 생각이다


생각이 흘러간다
나의 구름이다


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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