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글릭 시집 / 아라라트 산

진유고 2024. 12. 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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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라트 산
글릭을 시인으로서 존재하게 한 다섯 번째 시집  《아라라트 산》은 루이즈 글릭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아라라트 산은 창세기에 나오는 산으로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끝에 표류하다가 닿은 산이다. 노아의 방주가 안착함으로써 인류가 하느님과 최초로 계약을 맺은 곳이 바로 아라라트 산이다. 글릭의 다섯 번째 시집 《아라라트 산》은 1990년에 출간되었다. 1985년에 나온 《아킬레우스의 승리》 이후 5년 만이다. 글릭은 정말 차곡차곡 시를 썼고 꾸준하게 출간
저자
루이즈 글릭
출판
시공사
출판일
2023.11.08
오래 전, 나는 상처를 입었다
나는 배웠다,
그 반작용으로, 세상과
단절해서
존재하는 법을: 내 말해 주지,
존재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면-
귀 기울여 듣는 방법이란 것.
무기력하진 않고: 가만히 있는.
나무 조각 하나. 돌 하나.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왜 나를 지치게 만들어야
하나?
다른 침대에서 숨을 쉬는 사람들은
거의 따라갈 수 없었다,
통제할 수 없었기에
어떤 꿈처럼-
블라인드 사이로, 나는 바라보았다,
밤하늘의 달이 줄었다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나는 소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위대한 신비들에 대해
증인이 되는 것.
나는 탄생과 죽음을 모두
보았기에, 나는 알고 있다
그 어두운 본성에 대해
이것들이 신비가 아니라
증거임을-


p.9~10








엄마는 알고 싶어 한다.
내가 가족을 그렇게나
끔찍이 싫어하면서,
왜 내가 고집해서
아이를 하나 낳았는지. 나는
엄마한테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싫어한 건
아이가 되는 거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선택권 없이 말이다.


아들을 사랑해야 하는 방식으로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소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붉은 연령초를 발견하고는
그걸 건드리지도 않고
그걸 소유하려고도 않는
난초 애호가가 되리라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는
과학자다,


돋보기를 들고
꽃에 다가가서
태양이
그 꽃 주위로 갈색
원형 풀을
태우더라도
떠나지 않는. 그건
내 어머니가 나를
사랑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엄마를 용서하는 법을
나는 배워야 한다,
나는 내 아들을 속수무책으로
봐주고 있기 때문에.


p.40~41








오늘 밤 나는 어두운 창문에서 나 자신을
아버지의 이미지로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삶은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갔다,
죽음을 생각하며,
다른 감각적인 것들은 배제하고,
그렇게 결국에 가서 삶은
아무것도 없으니, 포기하기
쉬운 것이었다고: 심지어
어머니의 목소리조차도 아버지를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었다,
아버지가 믿었듯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설 자리가 없으니.


p.65









오래 전, 나는 상처를 입었다. 나는
살았다 복수하려고
아버지에게, 그 시절의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 때문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어린 시절, 나는,
고통이란 내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뜻이라 생각했다.
그건 내가 사랑했다는 뜻이었다.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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