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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1그램
생에 대한 근원적 고찰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개진해 온 홍관희 시인의 『사랑 1그램』이 걷는사람 시인선 6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홍관희 시인은 1982년 《한국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녹색 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는 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를 펴냈으며, 두 권(『그대 가슴으로 부르고 싶다』『홀로 무엇을 하리』)의 시집을 출간했다. 세 번째 시집 『사랑 1그램』은 한층 농익은 시선으로 자연에 깃든 삶의 무늬
- 저자
- 홍관희
- 출판
- 걷는사람
- 출판일
- 2022.08.30
새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며 난다
흔적을 지워
가벼운 날개를 유지한다
사람은 머리로 새를 꿈꾸지만
새는 사람을 꿈꾸지 않고
자신의 날개로 자유를 꿈꿈다
창공을 나는 새를 쳐다보며
사람은 새를 노래하고
자신과 새와의 거리를 재지만
새는 제 삶의 무게를
날개에 실어 나를 뿐이다
p.12
사람들 눈 밖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름도 향기도 알 수 없는
작은 꽃 한 송이
보이지 않다가
눈 밖이라 보이지 않다가
어제도
어제의 어제도
눈 밖 세상이라 보이지 않다가
세월의 무게를 한 걸음 두 걸음 덜어내다 보니
내 밖으로 떠돌던 내가 나를 찾아오고
눈 밖에서 떠돌던 작은 꽃도
비로소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은 만큼
더욱 가까기 다가가 쪼그려 앉게 한다
작아서
더 가까이 다가가
나를 만나게 한다
p.19~20
드문드문 내려앉는 햇볕을 쪼개어 쬐며
풀잎 같은 걸음으로 하루에 하루를 산다
발걸음 옮긴 만큼 남은 길은 짧아지고
가 버린 것들과 다가올 것들에 대한 경계 쯤에서
나만 한 크기로 묵묵히 흐리고 있는
드들강을 찾아
강물 위에 풀꽃 같은 시를 쓴다
쉬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그냥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 나의 시
강물 위에 쓴 나의 시는 더 낮은 곳을 향해
흐르면서 비로소 시가 되어 간다
만나야 할 것들을 천천히 속 깊이 사귀면서
조금씩 조금씩 시로 익어간다
풀잎 같은 걸음으로 하루에 하루를 살아
내가 조금씩 내가 되어 간다
p.71~72
갈림길에서 방향이 헷갈린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좌회전을 선택할 것이다
가장 나중에까지
나에게서 온기를 거두지 않을
따뜻한 심장이 있는 방향으로…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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